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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

영화 [존 오브 인터레스트] - 줄거리, 결론

by 부요한자 2025. 3. 31.

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신작 『존 오브 인터레스트』는 수많은 홀로코스트 영화들 가운데서도 가장 조용하고도 충격적인 방식으로 역사를 응시합니다. 제76회 칸 영화제 그랑프리사운드트랙상을 수상하고,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과 음향상까지 거머쥐며 예술성과 주제의식 모두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입니다. 이 영화는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고, 보이지 않음으로써 보여주는 연출의 정수를 보여줍니다.

 

존 오브 인터레스트-홀로코스-조나단 글레이저-아우슈비츠 수용소-산드라 휠러- 크리스티안 프리델
이미지 출처: TMDb


🎬 영화 개요

  • 제목: 존 오브 인터레스트 (The Zone of Interest)
  • 감독: 조나단 글레이저
  • 출연: 산드라 휠러, 크리스티안 프리델
  • 장르: 드라마, 역사, 심리
  • 수상:
    ▶ 제76회 칸 영화제 그랑프리, 사운드트랙상
    ▶ 제96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, 음향상 수상
  • 배경: 아우슈비츠 수용소 인근

📖 줄거리 – 평화로운 집, 그 담장 너머의 지옥

2차 세계대전 당시,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책임자 **루돌프 회스(크리스티안 프리델)**는 가족과 함께 수용소 바로 옆의 정원 딸린 저택에서 평온한 일상을 살아갑니다. 아내 **헤트비히(산드라 휠러)**는 꽃이 만발한 정원을 가꾸고, 아이들은 웃으며 뛰놀며, 저택은 마치 ‘꿈의 왕국’처럼 그려집니다.

그러나 그 평온함은 수용소 담장 바로 옆에서 끔찍한 학살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. 영화는 그 무자비한 현실을 단 한 장면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습니다. 대신, 음향, 그림자, 인물의 대화와 무심한 일상 속 풍경으로 그 공포를 ‘느끼게’ 합니다.


💡 감상 포인트 – 보이지 않는 공포, 말 없는 고발

1️⃣ 악의 평범성, 일상 속 위화감

가해자인 회스 일가의 일상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따뜻하게 묘사됩니다. ✔ 그들이 웃고, 식사하고,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수용소 안에서는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 암시됩니다.관객은 그 '간극' 속에서 서서히 밀려오는 불쾌함과 공포를 경험하게 됩니다. 이 영화는 악은 멀리 있지 않고, 일상 속에 녹아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집니다.

2️⃣ 음향으로 말하는 영화

✔ 『존 오브 인터레스트』는 ‘소리’의 힘으로 감정을 전하는 영화입니다. ✔ 수용소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, 불길, 기계 소리들은 카메라 밖에서만 존재하지만, 그 소리는 분명히 화면 속 아름다운 풍경과 공존합니다. ✔ 이 ‘시각과 청각의 분리’는 영화의 핵심 미장센이자 가장 큰 긴장감의 원천이 됩니다.

3️⃣ 연출의 절제, 미학의 극단

✔ 영화는 감정을 유도하지 않고, 극도로 건조하고 정제된 방식으로 전개됩니다. ✔ 감정적인 연기, 극적인 음악, 클로즈업 없이도 관객의 심장을 조여오는 압박감은 탁월합니다. ✔ 회스가 동식물에 애정을 보이는 장면이 반복되며, 인간에겐 무관심한 그의 모습이 더 큰 충격과 역설로 다가옵니다.


🎞 『존 오브 인터레스트』,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

🎬 홀로코스트 영화에 새로운 시선을 원하시는 분
🎬 시각적 자극보다 심리적 울림과 사운드 연출을 중시하는 관객
🎬 『사울의 아들』, 『쇼아』, 『액트 오브 킬링』 등 역사와 인간성의 경계를 다룬 작품을 좋아하는 분
🎬 영화가 던지는 질문과 여운을 오래 곱씹고 싶은 분


🔚 결론 – 악마는 거울 속에 있지 않다

『존 오브 인터레스트』는 전쟁의 비극을 고발하는 방식의 전환점이 된 영화입니다. 더 이상 극적인 장면, 피와 눈물, 울부짖음 없이도 우리는 역사의 가장 잔혹한 면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.

✔ 장점: 압도적인 사운드 연출, 철학적인 주제의식, 탁월한 미장센과 배우의 절제된 연기
❌ 단점: 직설적인 전개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지나치게 건조하고 불친절할 수 있음

 


✨  부요한자의 한마디

드디어 여러분께 이 영화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.
이전에 리뷰했던 『언더 더 스킨』에서 언급한 것처럼, 이번 작품은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연출력이 극대화된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. 수많은 홀로코스트 영화가 존재하지만, 『존 오브 인터레스트』처럼 조용하고도 깊은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는 정말 드뭅니다.
영화를 보며 떠오른 단어는 단 하나, 바로 ‘악의 평범성’. 마치 한나 아렌트의 책을 영상으로 옮겨놓은 듯한 감각이었습니다.

2024년은 개인적으로도 다사다난한 한 해였는데요, 이 영화를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용한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되었습니다.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, 정제된 연출과 묵직한 메시지를 통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니, 꼭 한 번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.

 

※ 부요한 자의 한줄평 : 침묵이 때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.